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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things are not so little

가을밤

글렌 굴드 / 

누군가 그런 코멘트를 했던 걸 본 적이 있다. 어느 나이 이후의 글렌굴드는 피아노를 친 게 아니고 피아노가 스스로 노래하도록 만들었다고. 굴드의, 스스로 우는 피아노. 

웨일 / 

웨일을 처음 들은 건 오래 전 캐나다에서였다. 찬수를 따라 처음으로 낯선 나라에서 생활을 할 때였고 시간 차를 두고 원격으로 일을 진행했을 때였다. 설익은 모든 것들이 힘들었을 때 그녀의 노래는 머그 잔 한 가득 채워진 검은 커피 같았다. 짙고 따끈한.. 둥근 얼굴과 고운 치아 사이로 흘러나오는 그 음색의 위안.

마빈 게이 / 

암사동 살던 시절 한참 바쁠 때 찬수가 퇴근해서 돌아오면, 하던 일을 던지고 불 끈 거실 티비 화면으로 마빈게이를 들으며  춤을 췄었다. 특별한 기억 없이 마빈게이는 슬프다. 번쩍이는 뱀 비늘같은 옷을 입고 신나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슬프다. 아마도 처음 마빈게이 노래를 들었을 때 알게 된 그의 죽음 때문이겠지.. 그래도 이 노래를 들으면 어깨춤이라도 추게 된다. 그는 죽었지만 그의 흥은 여기 남았다. 


/ 이런 저런 음악으로 타임립 해보는 가을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