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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things are not so little

빌 에반스


약물에 굉장히 의존했던 것 같은데 그 피아노는 평온하고 따뜻하기만 하다. 누군가 약물로 긴 자살을 했다고 표현했다. 

암사동 아파트에서 혼자 재택근무하던 시절에 처음 들었던 빌 에반스라 가끔 멍하니 듣다보면 그 집 생각이 난다. 온통 노랗고 따뜻한 집이었다. 맥주도 많이 마셨고 인조가죽 의자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앉아서 일도 많이 했다. 맥주가 없으면 일 스트레스를 풀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술을 끊은 지금은 가끔 음악 없이도 일한다. 

그 집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장난감, 초, 눈요기를 위한 물건들과 일 끝내고 침대에 누워서 옛날 투박한 아이패드로 멍하니 바라보았던 빌 에반스의 피아노 치는 모습이 생각난다. 발 밑에 늘 널부러져 있었던 토끼 인형도. 힘든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 모든 떠오르는 장면들, 그 물건 하나하나와 빛들은 너무 이쁘기만 했다. 

음악의 매듭으로 그 시간들을 거기에 그렇게 묶어두고 이렇게 가끔 넘겨볼 수 있다는 걸 느낄 때, 이 집에서 조금 더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좋은 음악을, 찬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