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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things are not so little

집으로

안녕 대나무야, 죽지 않고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

주문했던 썬베드를 조립하고 누워 있으니 세상의 끝에 누운 기분. 근심 걱정은 저 뒤, 그것의 한 가운데로 훅! 불어 버리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조그맣게 음악도 듣고... 이제 긴 긴 겨울이 오면 잠시 잊어야할 작은 발코니의 작은 유유자적

이쁜 우산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라 이번에 한국에서 공수해 온 우산 개시, 학원 가는 길. 등록해놨던 짧은 스피킹 반이 시작됐다.

어느 동네를 가도 옷가게 보다 아름답게 꾸며진 곳은 서점 윈도우

아무리 더워도 산책하러 가자고 조르는 찬수 :-|

고양이를 구경하는 우리에게 할머니가, "Hübsche Katze! " 할머니들은 언제나 먼저 말을 걸어올 여유가 있다.

고양이들은 우리의 열렬한 관심을 무심한 척, 즐길 여유가 있고. :-)

겨울엔 썰렁해 보이기만 했던 슈바이처 플라츠, 꽃과 나무를 보면서 벌써부터 겨울을 두려워하고 있다. ('왕좌의 게임' 같네) :-|

가을엔 좋아하는 피에르 보나르 전시가 있다. 그리고 사진만 봐도 괜히 반가운 달라이 라마의 방문이 9월에.

한국 다녀오니 새로 페인트 칠이 되어 있는 가든의 문이며 울타리들, 무뚝뚝한 것 같지만 다들 정원 꾸미기엔 열정이 넘치는 듯

그리 덥진 않지만 '여름이예요-' 하고 내리는 듯한 장대비 덕에 진한 여름 맛.


어학원도, 산책도, 대나무만 살아남은 발코니의 유유자적도, 나무 구경, 사람 구경, 창문 구경도 다시 시작.

곧 시작될 알바때문에 이 여유와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균형이 무너질까 두려워서 몇 년 전에 읽었던 카밧진의 책도 다시 꺼내 읽기 시작했다.

한국 다녀와서 여기 일상에 완전히 감기기 전, 아침 일찍 새 컵에 따라 마시는 차가운 우유 한 잔 같은,

마치 난생 처음 마셔보는 것인 양 꼭꼭 씹어서 마시고 있는 지금의 이 신선한 고소함, 차고 깨끗한 달달함.

어느새 여름도 이마안큼이나 깊어 왔고, 저만치에 이미, 가을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