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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things are not so little

Hang on little tomato



잊고 지내지만..., 일을 하다보면 확인할 수 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여전히 충동적이고 감정기복이 심한 나를.

'와... 나 정말 여전하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서 진정하기까지는 (부끄러울 정도로) 이삼십대와 같다.

지금 당장 내리고 싶은 결론을 잠시 진정된 후로 미뤄두고, 이 작은 문제에서 내가 뻥튀기해버린 어마어마하게 싫은 감정들이 뭔지 들여다보기 까지, 

나는 울그락불그락했던 이십대와 별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찬수와 결혼하고 오장육부가 늙는 사이 그나마 나아진 건,

뻣뻣했던 모든 관념들이 조금씩 부들부들 '각'이 무너져간다는거, 그게 서러운 것일 지 모르지만 나는 종종 다행이라고 느낀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각도에서 전혀 다른 관점으로 이 일을 경험하고 있는 누군가를 생각해야한다는 것이나

이렇게나 큰 일이 사실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 있음을, 또 이렇게 작은 일들이 누군가에게 큰 일일 수 있음을 재고해야한다는걸,

모든 좋고 싫은 일들을 겪을 때 예전보다 더 빨리 상기하게 된다, 흥분 상태에서도 곧 망령처럼 그 두 가지가 따라붙어 있는 걸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하나는, 같이 열내며 동조해주던 찬수가 어느 순간, 내 힘으로 찾아야만 했던 말들을 먼저 해줄때,

'노윤, 내가 집에 오면서 지하철에서 생각해 봤는데말이야...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래야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언제부터인가 나 스스로 해오던 이런 말들을 찬수 목소리로 듣게되는 순간이 늘어간다는 사실이다.

10년의 세월동안 고민해온 모든 일의 과정들을 서로 구구절절 털어놓았고 그 고민의 굴레와 결론에 서로의 생각이 섞이도록 기꺼이 환영해왔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뭐 이리도 사사로운 일들을 우린 이렇게 열심히 고민하는걸까 싶어 씁쓸하게 자조한 적도 많은데... 그 바보같은 시간들을 통해 우리의 생각이나 시각이 비슷해져 온 모양이다. 

따뜻하기도 하고, 조금 무섭기도 하다, ... 무섭기 때문에 더 열심히 더 주의깊게 고민하고 결론내리며 살아야겠다고도 생각한다. 물론 털어버릴 것들은 더 빨리 훌훌 털어내고.

자, 구차하고 의미없는 문제들이라고 고까워만 하지 말고, 나에게 - 너에게 더 좋은 답을 하며 살아야지.



며칠 전 잠들기 전에 감사할 일들을 주욱 늘어놓다가...

'고마워 임찬. 나한테 많이 맞춰줘서' 라고 했더니

'아니야... 니가 나한테 잘 맞는거야' 라는 완벽한 대답을 해 주었다, :-|

조금 감동한 사이 정적을 깬 찬수가 '방금 내가 한 말 멋있었지? 나 가끔 되게 멋진 말 하지?'라고 해서 모드를 바꿔 소리지르고 웃고 치고받다가 잠들었다.

사실 기억하고 싶을 만큼 따뜻한 대답보다 고마운건 그냥 웃고 떠들 수 있는 유머의 공감대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중요한 생각들을 나누며 살 지보다 당장 내가 감사하게 느끼는 건.. 

그냥 이렇게 자주 웃게 해 주는 거, 매일매일 유쾌하게 웃어넘기기를 훈련시켜 주는 거.

어쩌면 모든 문제를 우리가 다루기 쉽게 만들어 줬던 건 무거운 대화 끝에 나온 정말 바보같은 농담들과 창피할 정도로 소란스러웠던 웃음들일 지도 :-|

뭐 그런 사소한 일상의 힘으로 우리가 서로 닮아가기도 하고 낯설 정도로 과거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가기도 하고.


Little things are not so litt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