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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things are not so li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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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umn 2018 좋은 계절. 어느때보다 풍성한 볕. 둘째 언니가 지난 겨울 한국 다녀온 후에 추천해준 쇼스타코비치의 Lyric Waltz.. 그러나 내가 치면 다 연습곡. :-| 피아노 곡을 외우다 보면 뇌가 반복을 통해 기억을 강화하는 과정이 보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하다. 아침, 점심, 저녁이 다르고, 예기치 않은 시점에 퇴보가 있기도 하고.. 한참 안 치다 쳤을때 굉장히 부드러워져 있기도 하고. 복잡한 코딩을 하다가 치면 더 잘 쳐지는 것 같은 느낌도. 아무튼 올해는 언니 덕에 고민도 없이 예쁜 곡을 기분 좋게 연습했다. 실력이 실력이다보니 좋은 곡도 치다 보면 지치는 법인데 칠 때마다 몇 마디 이상은 꼭 이쁘다고 느낄 수 있었던 곡. 드로잉수업 준비물. 끝날때는 해가 짧아져 한 밤중에 집으로 오는 기분이었지만 .. 더보기
Camping #3 같은 캠핑장에 한 번 더 갔다. 지난 번 친절했던 아저씨가 우릴 기억하고 있었다. 다정하고 느긋한 미소. 텐트를 친 후에 같은 길을 산책하고 같은 산을 바라보고 같은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잠을 잤다. 내가 늙고 사라져도 변함없을 것들, 나를 뒤흔드는 고민과 걱정에 털 끝 하나 시리지 않을 온전함과 안정된 힘을 갖고 있는 것들. 그 일부임을 느끼기가 뭐 그리 어려운지. 그래도 이렇게 가서 시늉이라도 하다가 왔다. 트레킹은 지난번 가보지 못한 코스로. 반나절 내내 걷고 또 걷다가 사이트로 돌아와 가져온 간식을 먹고 차를 마시고 캠핑장 주변을 산책했다. 우리 둘이 늙어가면서 둘이 기꺼이 즐겁게 질리지 않고 늘 할 수 있는 것은 산책인 것 같다. 같이 걷는거, 같은 흙과 풀을 밟고 같은 개를 보고 웃고 같은 냄.. 더보기
Camping #2 지도의 코스대로 이끄는 찬수를 따라 가다가 작은 샛길로 빠졌는데 급히 턴해 들어간 이 곳에는 절벽 앞에 앉아 쉴 수 있는 바위들이 포개져 있었다. 푸른 들 위로 이어지는 길로부터의 시선에서 조금 단절된 느낌이 드는 이 곳은 건너편의 이 초코케잌같은 산과 이 편의 산 사이로 협곡풍이 물처럼 흘러와 바위 위로 부딪혀 오르고 있었다. 여기 앉아 바위 위에 녹아 있는 따뜻한 볕을 받으면서 한편으로 굽이치는 차가운 바람에 몸의 열기가 씻겨 내리도록 했다. 이 여정에서 제일 좋았던 곳 누군가가 꽃을꺾었다. 누군가가. 내가 그랬다면 한 송이를 채 꺾기도 전에 찬수한테 엄청난 훈계를 들어야 했겠지만... 두서너 발치에서 누군가의 이 '못된 짓'을 기꺼이 즐겼다. :-| 이렇게 우리의 두번째 캠핑은 이 곳 스위스의 작은.. 더보기
summer 2018 ❤︎ 더보기
Paris 작년에 예매해 놓았던 기차표로 오랜만에 이체에 타고 파리. 커다란 카메라는 다 팔아버리고 이젠 핸드폰만 들고 다니니 여행 다닐때 짐이 크게 줄었다. 전날 직접 말아서 호일에 싸 온 김밥과 역에서 산 커피, 와이파이 없이도 볼 수 있게 다운받은 넷플릭스 영화 몇 개, 속옷 한 벌씩 챙겨 가볍게 떠나는 여행. 저장 햄 조차도 이쁘게 만들어서 걸어 놓는 사람들 :-| 볕 뜨겁던 초여름 거리 '임찬, 우는 여자 보러 가야돼.' 세르지 프레펙쳐에 지낼때 혼자 파리에 나와 이 동상 앞에 한참 서 있다 갔던 기억에 여기 오면 이 구석을 꼭 들르고 싶다. 혼자 걸어다닐땐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화려한 곳보다 조용한 곳이, 웅크린 것들의 표정이 더 포근하게 느껴지곤 한다. '쓸쓸한 따뜻함' ... 기억 속에서 점점 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