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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things are not so little

at the beach in the Netherlands 한국에서 장비 모두 팔고 이 곳으로 온 후, 실로 몇 년만의 캠핑 그리고 정말 그리웠던 바다, 몇 년만의 짜고 파랗고 .. 가로로 단정한. 세상의 '끝'같이 하얀 바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네덜란드의 해안가. 이 해안가가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 그리고 오랜만에 들른 암스테르담, 5년 전보다 자전거가 몇 배는 더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의 거리, 활기넘치면서도 묘하게 산만하고 '광'기같은 것이 느껴진 시내 ㅋ :-| 수로에 앉아 손가락처럼 두꺼운 감자튀김을 먹으며 옛날 생각을 했다. 놀고 산책하고 그림그릴 것 밖에 해야할 일이 없었던, 가끔 정말 그리운 그 호텔방, 파도소리처럼 웅장하게 우수수 잎을 부딪던 창문 밖의 커다란 나무, 그때 듣던 음악, 그때 찬수가 자주 해 주던 요리들, 저녁 후 걷던 들판, .. 더보기
spring 2018 ❤︎ 더보기
지난 겨울 나이테의 기록 새들이 남쪽으로 떠났다. 산책길에 만난 할머니들이 이 새에 대한 얘기를 해 주셨다. 원자폭탄이 일본에 떨어진 후, 많은 일본인들이 이 새에게 운(복)을 가져다 달라고 빌었다고 한다. 인터넷에 찾아보라며 또박또박 일러주신 이 새의 이름은 'Kranich'. 우리는 정말이지 오래오래 그 한적한 산책로에 일렬로 서서 새들이 여러 무리로 지나가고 또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한동안 낮에도 늦은 저녁에도 이 새들이 늘어진 옷자락처럼 긴 여운의 선으로 하늘을 가로지르는 게 보였다. 겨울 추위보다 조금 앞서서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다 떠나고 얼마 지나 추위가 왔다. 사실 추위보다, 긴 밤과 회색의 낮이 왔다. 이 곳 겨울의 해는 낮고, 짧지만 더 노랗게 묻어난다. 오후의 창과 벽,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의 등 위로... 더보기
빌 에반스 약물에 굉장히 의존했던 것 같은데 그 피아노는 평온하고 따뜻하기만 하다. 누군가 약물로 긴 자살을 했다고 표현했다. 암사동 아파트에서 혼자 재택근무하던 시절에 처음 들었던 빌 에반스라 가끔 멍하니 듣다보면 그 집 생각이 난다. 온통 노랗고 따뜻한 집이었다. 맥주도 많이 마셨고 인조가죽 의자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앉아서 일도 많이 했다. 맥주가 없으면 일 스트레스를 풀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술을 끊은 지금은 가끔 음악 없이도 일한다. 그 집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장난감, 초, 눈요기를 위한 물건들과 일 끝내고 침대에 누워서 옛날 투박한 아이패드로 멍하니 바라보았던 빌 에반스의 피아노 치는 모습이 생각난다. 발 밑에 늘 널부러져 있었던 토끼 인형도. 힘든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 더보기
핸드폰 사진들, 가을. 가을도 보냈다. 좋았던 것들도 싫었던 것들도 가득했었다.이렇게 저렇게 바빴지만 찬수랑 노는 것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다. :-| 몸 뿐 아니라 머리도 계속 쓰려면 잘 놀아야 할 것 같았다.그냥 잘 쉬는 것 말고도... 찬수와 어릴 때처럼 신나게 웃고 크게 떠들고 크게 움직여 노는 것, 어쩐지 그런 것들이 요즘의 내겐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필요한 느낌.오늘로 써머타임도 끝났다, 왠일인지 그렇게 고왔던 가을인데 그다지 미련도 없다. 깨끗이 잘 썼다.다만 집을 나설 때 젖은 나뭇잎과 검은 가지들에서 풍겨 오는 향기들 만큼은 어딘가 조금 담아두고 싶다.많이 많이 마셔서 뇌의 어딘가에 이 향을 위한 작은 상자가 생기게 되면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다시 이 향을 맡게 되겠지.그런 것들 외의 모든 찰나의 눈부셨던 것들은 이제.. 더보기
가을밤 글렌 굴드 / 누군가 그런 코멘트를 했던 걸 본 적이 있다. 어느 나이 이후의 글렌굴드는 피아노를 친 게 아니고 피아노가 스스로 노래하도록 만들었다고. 굴드의, 스스로 우는 피아노. 웨일 / 웨일을 처음 들은 건 오래 전 캐나다에서였다. 찬수를 따라 처음으로 낯선 나라에서 생활을 할 때였고 시간 차를 두고 원격으로 일을 진행했을 때였다. 설익은 모든 것들이 힘들었을 때 그녀의 노래는 머그 잔 한 가득 채워진 검은 커피 같았다. 짙고 따끈한.. 둥근 얼굴과 고운 치아 사이로 흘러나오는 그 음색의 위안. 마빈 게이 / 암사동 살던 시절 한참 바쁠 때 찬수가 퇴근해서 돌아오면, 하던 일을 던지고 불 끈 거실 티비 화면으로 마빈게이를 들으며 춤을 췄었다. 특별한 기억 없이 마빈게이는 슬프다. 번쩍이는 뱀 비늘같.. 더보기
7 이 집에 온 후 거의 8개월만에 모빌의 제 자리를 찾았다. 늘 그랬듯이 결국엔 머리맡에 걸어둔다. 영역표시 완료 :-) 꽃은 키우지 않기로 했었지만 결국은 장미를 한 번 더 사 본다. 암사동 살 때 샀던 장미 생각 나는 밝은 분홍 장미. 일할때는 오히려 그림이 더 그리고 싶다. 코딩하다가 흘끔 보는 곳, 그림 그리던 자리. 막상 한가할 때도 자주 붙어있지 않는 곳 :-| 하람이가 무섭다고 해서 가져온 삐에로. 이래 봬도 중고 사이트에서 살벌한 경쟁을 뚫고 새 제품보다 비싸게 샀던 플모. :-| 펜마우스를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 장바구니를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도시 속, 도시의 거울들. 거기 진열된 세상도, 거기 외겹에 비친 세상도 좋다. 비 오는 날이 좋은 집 오늘 밤.. 더보기
with VSCO 결제하고 한 달이면 잊혀지고 말았던 수많은 유료 앱들 중 하나, 일 년 지나 리마인드하여 주는 알뜰함 내지는 성실함. '내가 특정 분야에, 특정 시기에 조금 각별히 성실해지는 편이거든', 카페인을 잔뜩 들이킨 내 뇌가 말했다. 커피를 끊고 싶다. 이번엔 잘 될까? :-| 잘 될까? 더보기